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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23

韓과학자들, 최초로 美 FDA 약물상호작용 예측식(式) 바로잡았다_KAIST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 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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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약물 상호작용(Drug-drug interaction)’ 판정 수식(數式)이 틀렸음을 증명하고 정확도가 2배 향상된 새 공식을 만들었다.
약물 상호작용 판정 식이란 환자가 2가지 이상의 복수 의약품을 섭취했을 경우, 인체 내에서 다수의 약물이 간 등 장기에 부정적인 상승 작용을 일으키지 않도록 사전에 검증하는 공식을 말한다. 한국 연구팀의 발견은 2022년 12월 15일(한국시간) 임상약리학 분야 권위지인 ‘임상약리학 및 약물치료학(Clinical Pharmacology and Therapeutics, IF 7.051)’ 온라인판에 실렸다.
기초과학연구원(IBS)·카이스트·충남대 공동 연구팀은 약물 대사(代謝·metabolism)에 관여하는 효소의 농도가 증가하면 현재 미 FDA의 권장 공식이 부정확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수학과 약학의 융합 연구로 기존보다 2배 이상 정확도가 향상된 새로운 수식을 개발해냈다.
이번 연구를 처음 제안했던 김재경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교수(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의생명 수학 그룹)는 “오류가 많은 FDA 공식을 부분 수정하려던 시도는 가끔 있었지만 근본적인 개선을 가한 시도는 이번이 최초”라며 “그동안 아무도 틀렸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당연시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겸 충남대 약대 교수는 “여러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면 약물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약효가 달라질 수 있다”며 “지금 의사들이 병원에서 알려주는 약 상호 작용 주의 정보는 임상 실험을 거친 것이라 괜찮지만,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세포나 단백질을 대상으로 하는 체외 상호 작용 실험에서 그동안 부정확한 판단이 이뤄져 왔음이 이번에 확인됐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김재경 카이스트 수학자와 채정우·김상겸 충남대 약대 교수팀은 공동으로 FDA 권장 약물 상호작용 예측 수식이 부정확했던 원인을 규명하고, 정확도를 2배 이상 높인 새로운 수식을 제시했다. 체내 흡수된 약물은 간을 비롯한 여러 장기의 효소에 의해 대사되어 체내에서 사라진다. 그런데 2가지 이상의 약을 함께 복용할 경우, 하나의 약이 다른 약의 대사를 변화시켜 체외 배설을 촉진하거나 억제함으로써 목표 치료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약물 상호작용(DDI)’이라고 한다.
약물 상호작용에 따라 약물의 제거 속도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의약품 처방 및 신약 개발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의료진은 약물을 복합 처방할 때 의약품 사용설명서에 명시된 약물 상호작용 정보를 토대로 처방을 내린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도 약물 상호작용을 필수로 연구해 표시하도록 돼 있다. FDA는 약물 상호작용을 평가하고, 다약제 복용 과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가이던스(Guidance·지침서)를 1997년 처음 발행하고, 2020년 1월 이를 개정했다. 신약 개발과정에서 신약 후보물질과 시판된 모든 약물의 상호작용을 모두 평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FDA는 가이던스에서 제시한 수식을 활용해 약물 상호작용을 간접 평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이 수식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FDA가 제시하는 수식은 효소의 반응속도를 설명하는 전통적인 ‘미카엘레스-멘텐(Michaelis-Menten, MM) 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효소 반응 속도를 묘사하는 식으로, 1913년 처음 제시된 후 현재까지 22만여 편의 논문에 인용되고, 생화학 교과서에서 다뤄질 정도로 생화학 분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수식이다. 그런데, 이 수식은 약물 대사에 관여하는 체내 효소의 농도가 낮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한국 연구진은 실제로 간(肝)에서 약물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 농도는 예측에 사용돼온 값보다 1000배 이상 높다는 점을 임상에서 확인함으로써 기존 FDA 수식이 왜 부정확했는지 원인을 찾아냈다.
 
   
 [약물 상호작용 예측을 위한 FDA 식과 새로운 수식 약물 상호작용 예측을 위한 FDA 식과 한국 연구진이 만든 새로운 수식(아래) IBS 제공]
 
채정우 충남대 약대 교수는 “그동안 연구자들은 부정확한 FDA의 수식을 바로잡기 위해 임의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인위적 수치를 곱하는 식으로 땜질 사용해왔다”며 “이는 마치 옛 과학자들이 틀렸지만 당시 정설이던 천동설을 기반으로 행성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해 인위적인 복잡한 궤도를 억지로 도입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 연구진은 수학·약학 협력연구를 통해 약물 상호작용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수식을 개발했다. 마침 카이스트와 충남대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점을 활용해 매달 모여 공동 연구를 하며 기존 식 대신 효소의 농도에 상관없이 정확하게 약물의 대사 속도를 예측할 수 있는 2차 방정식 수식을 새롭게 유도했다. 새 수식을 이용해 약물 상호작용을 예측하고 실제 실험으로 측정된 값과 비교한 결과, 인위적 보정 없이도 예측 정확도가 2배 이상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기존 FDA 수식은 허용되는 2배 오차범위 내에서 약물 상호작용을 잘 예측한 비율이 38%인데 반해, 새로 만든 공식은 효소의 농도에 관계 없이 정확도가 80%에 달했다.
김상겸 충남대 약대 교수는 “약물 상호작용 예측 정확도의 개선은 신약개발의 성공률과 임상에서의 약물 효율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임상약리학 분야 최고의 저널에 논문을 발표한 만큼, 이번 연구결과에 따라 FDA 가이던스가 수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생물학적 제제(製劑)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약품은 FDA 가이던스에 따라 약물의 상호작용을 평가한다. 이 결과는 약효와 부작용에 직결된다. 정확한 수식을 활용한 약물 상호작용 연구 및 약물 처방이 필요한 이유다.
김재경 카이스트 교수 겸 IBS CI(그룹장)는 “수학과 약학의 협력 연구 덕분에 당연히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수식을 수정하고,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며 “한국 과학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져 미국 FDA 가이던스에 ‘K-수식’이 들어가고, ‘K-약학’도 각광받길 꿈꿔본다”고 말했다.